1. 호흡, 순환, 소화 등을 관장하는 뇌간을 2. 오래된 피질(변연계)과 3. 새로운 피질(대뇌피질)이 감싸고 있다.

정상적인 뇌파 상태에서는 β파 수치가 α파 수치를 웃도는데, 치매환자의 경우에는 β파 저하가 현저하여 α파와 겹쳐 나타나기도 한다. 전두엽 전부피질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는 말이다.
한데, 장기간 게임을 해온 사람의 뇌파를 측정했더니 치매환자의 뇌파와 비슷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어떤 자극이 주어지면 뇌에서는 반응 행동을 일으키기 위한 준비 활동에 들어간다.
예컨대 시각 정보가 들어오면 먼저 후두엽 ? 측두엽 ? 두정엽에서 모양이나 색깔, 위치를 가늠하여 대상을 인지한다.
이 정보는 전두엽 전부피질에 전달되어 운동 판단을 거친 뒤에 운동령에 보내져 반응 행동이 이루어진다(눈→시상→후두엽(시각령)→측두엽 ? 두정엽→전두엽 전부피질→운동령).
게임중독자의 뇌파가 치매환자의 뇌파와 비슷하다는 것은 뇌파 측정 부위인 전두엽 전두피질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는 말이다. 게임이라는 화상 정보에 반응하는 신경연락 과정에 전두엽 전부피질이 배제되어서 그렇다. 요컨대 뇌 기능이 온전하지 못한 셈이다.

• 게임 중 뇌파의 네 가지 유형
  
  모리 교수는 게임 중에 나타나는 뇌파를 기준으로 사람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1. 게임 중에도 β파 저하를 보이지 않는 노멀뇌 인간 유형,
  2. 게임 중에는 β파수치가 떨어지지만 중단하면 회복되는 비주얼뇌 인간 유형,
  3. 게임 중이든 아니든 α파와 β파가 뒤섞여 나타나는 반게임뇌 인간 유형,
  4. 게임과 관계없이 평소에도 β파가 α파 아래로 내려가 있는 게임뇌 인간 유형이다.
  
  통계적으로 노멀뇌 인간 유형은 게임을 한 적이 없고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도 잘 보지 않는 사람이고, 비주얼뇌 인간 유형은 게임은 별로 안 하지만 매일 1~2시간씩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보는 사람이다.
  반게임뇌 인간 유형과 게임뇌 인간 유형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하루에 1~3시간씩 일주일에 3~4회, 하루에 2~7시간씩 일주일에 4~6회 정도 게임을 해온 사람이다.
  게임뇌 인간 유형은 대개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고, 자폐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 게임중독은 유아기에 결정된다
  
  다들 게임중독이나 인터넷중독이 나쁜 줄은 안다. 하지만 게임이나 인터넷에 심취한 젊은 세대를 만류할 만한 근거를 대기란 쉽지 않다. 게임이나 인터넷을 많이 하면 건강을 해친다거나 학습 능률이 떨어진다는 논리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저자는 게임중독이나 인터넷중독이 뇌 변이에서 비롯되고, 뇌 변이로 인해 심화된다는 주장을 편다.
  헤로인웨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게임은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게임중독자의 뇌 단층촬영 사진이 알코올중독자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보고도 있다. 게임중독이 단순한 취미나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어떤 자극이 반복적으로 주어지면 뇌내 정보 전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뉴런의 시냅스(뉴런의 접합부) 수가 증가한다. 반복학습을 통해 특정 신경회로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람의 뇌신경회로는 10세 이전에 형성된다. 이 시기에 자주 게임을 접하면 강렬한 화상 자극에 반응하도록 뇌신경회로가 짜여진다. 전두엽 전부피질을 거치지 않는 시각령과 운동령 간의 단순화된 신경회로, ' 시상→시각령→운동령'의 신경회로망이 형성되고 강화되는 것이다. 뇌 발육기인 유아기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게임을 접하는 것은 그래서 무섭다. 중고등학교 들어가서 게임을 시작한 사람은 게임에 쉽사리 중독되지 않지만, 유아기에 게임 습관이 붙으면 중독으로 직행할 소지가 다분하다. 하고 싶어서 게임을 한다기보다는 하지 않고는 못 배겨서 게임을 하는 것이다.



• 건강을 해치고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게임중독
  
  ㆍ기억력과 집중력 감퇴,
  ㆍ자율신경계 실조증,
  ㆍ체력 저하,
  ㆍ자제력 결여로 인한 폭력성,
  ㆍ의사소통 능력 저하,
  ㆍ등교거부,
  ㆍ가상공간과 현실 혼동.....
  
  게임중독의 병증들이다.
  게임뇌 유형과 반게임뇌 유형에게 공포영화적인 요소가 강한 롤플레잉게임을 시켜보았더니 신기하게도 β파가 증가했다. 뇌의 흥분성을 높이는 노르아드레날린이나 도파민 신경 활동이 고조되면서 일시적으로 전두엽 전부피질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바람직한 일이지만, 과연 그럴까? 극도의 공포와 긴장감을 동반하는 이들 게임은 뇌에 강렬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게임하는 내내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올라가고 손에 땀을 쥔다.
  이런 비정상적인 흥분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면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진다.
  피돌기가 나빠져서 걸핏하면 현기증을 일으키고, 소화 기능이나 면역 기능이 저하되어 신체저항력이 떨어진다. 심지어 성장호르몬이나 성호르몬 분비가 억제되어 각종 생리 기능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게임 중에는 전두엽 전부피질이 배제되므로, 본능을 관장하는 '동물뇌'인 변연계가 전두엽 전두피질의 통제에서 벗어난다.
  이성이나 창의성, 윤리적 판단이 본능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본능에 떠밀려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게임 체험은 기억중추인 해마에 각인된다.
  현실에서 게임 속 장면과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과잉공격이나 과잉방어 같은 비정상적인 행동을 취하게 될 소지가 있다. 사이버 공간과 현실의 경계가 모해해진 탓이다.
  

  
  
• 몸을 움직이면 머리가 좋아진다―운동의 효과
  
  게임중독 정도가 심한 사람, 이른바 게임뇌 인간 유형을 치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있다. 답은 운동이다. 저자는 실험을 통해 운동 요소가 가미된 게임을 했을 때 β파수치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테면 펌프 같은 댄스게임을 말하는데, 게임 자체가 β파수치를 높인다기보다는 몸을 움직임으로써 뇌의 피돌기가 좋아져서 β파수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운동은 해마의 뉴런 수와 시냅스 수를 늘려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단, 좋아하는 운동,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쳇바퀴에서 자유롭게 운동한 쥐와 싫어하는 물에다 집어넣어 억지로 운동을 시킨 쥐의 해마 뉴런을 비교한 실험에서도 확인된 바이다.

  대단한 운동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걷기나 발꿈치 들기, 저글링 같은 가벼운 운동으로도 전두엽 전부피질을 단련할 수 있다. 실제로 2주에 걸친 저글링 훈련을 통해 게임뇌 유형인 사람의 뇌파 상태가 비주얼뇌 유형 정도로 좋아진 예도 있다.
  아동기나 청소년기에는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두엽 전부피질을 활성화시켜 건전한 뇌신경회로 형성에 도움을 준다. 또 운동은 뼈를 자극함으로써 발육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에 응어리진 갑갑함을 풀고 욕구불만을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 건전한 뇌 만들기를 위한 노력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어른들의 이해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귀찮다고 아이를 컴퓨터나 텔레비전 앞에 앉혀두거나 게임기를 쥐어주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교육열에 불타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자녀에게 교육용 비디오를 틀어주는 것도 지각없는 행동이다. 아무리 그래봐야 아이들 눈에는 어릿어릿 화면이 움직이는 것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부모의 자기만족을 위해 자녀를 강렬한 화상정보와 음향정보 속에 방치하는 위험한 행동이다.

  이런 시도보다 스킨십을 통해 아이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실험에서 쥐와 원숭이를 무리에서 떼놓았더니 사납고 공격적으로 변하더라고 한다. 달려들어 깨무는가 하면 몸에 난 털을 죄다 뽑는 등 심한 정서불안을 보이는 것이었다. 소속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그렇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소속의 욕구, 요컨대 정서적인 유대감이 채워지지 못하면 인성이 올바로 자리잡지 못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비롯한 주위 어른들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게임이라는 가상공간에 아이들이 홀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컴퓨터나 텔레비전에 갇혀 지낸 아이들은 창의성이나 개성을 키울 수 없다. 눈으로 귀로 코로 입으로 손으로 느끼는 생생한 체험이 바탕이 되어야만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온전한 인간으로 자랄 수 있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부모님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 모리 아키오
  
  의학박사이며 전문분야는 뇌신경과학이다. 니혼 대학과 동대학원 교수로 있으며, 뇌내 체성감감령 (體性感覺領)과 운동령(運動領) 신경회로를 뉴런 단위에서 연구하고 있다. 현재 일본 건강운동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